2025년 11월 13일
1.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세계
입사 이틀째. 푹 자서 상쾌한 컨디션으로 출근길에 올랐다. 사실 고백하자면, 나는 다시는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았다. 어제는 극에 달한 마음을 마주하느라 하루 내내 고통스러웠다. 지금은 오히려 의연하고 자유롭다. 내면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감각이 느진다.
이러한 해소는 첫날 퇴근 전, 상사와 나눈 면담 덕분이었다. 두려움 때문에 ‘회사’라는 존재를 부정적으로 일반화했던 나를 발견했다.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세계가 있음을 체감하며, 세상은 넓고 배울 것 투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. 슬픔과 기쁨, 그리고 여전한 두려움이 뒤섞인 이 복잡한 감정 속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.
2. 신뢰, 그 예측 가능한 꼿꼿함
회사는 하나의 개념이고 그 전에 ‘사람들의 모임’이 있다.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,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어떠한지가 본질이다. 나에게는 그 형태가 ‘신뢰 가능한 것’이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마음이 들었다.
신뢰란 그 자체로 대단히 창의적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. 신뢰의 주요 요소는 결국 ‘예측 가능성’이기 때문이다. ‘저 사람은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려나?’ 하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면 협업의 질은 겉잡을 수 없이 낮아진다.
그런 점에서 회사와 나는 수많은 다른 선택지들 사이에서 서로 함께하기로 한 기대감이 있는 관계이다. 이번 선택은 3시간의 최종 면접을 통해 본 나의 모습에서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고 믿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. 인공지능이 자소서를 대신 써주는 시대에, 내가 내뱉은 말들이 어느 정도 진실하다고 믿어준 그 신뢰한 것이니까.
3. 배팅에 화답하는 태도 막상 대면하면 서로 예상한 것과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낼 수도 있다. 사람은 알다가도 모를 존재이며, 누구에게나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메타인지가 안된다.
하지만 신입은 의지와 태도가 전부. 그것에 있어서 만큼은 실망 시키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심이 있다.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은 깊고 슬픈 상처기 때문이다. 안 지 얼마 안됐더라도 아니, 얼마 안됐는데 나에게 배팅한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겠다는 것은 상처를 주겠다는 결심이다.
4. 신뢰를 유지하는 수천 가지의 창의력 영원한 연대까지는 서로 간 약속한 적도 없고, 바라지도 않는다. 하지만 처음 기회를 얻고자 뱉었던 말들 정도는 지켜고 싶다. 나는 나를 스쳐 간 인연에게 그런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기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.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.
“신뢰는 예측 가능한 꼿꼿한 것이지만,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수천 가지의 창의력이 요구된다.”
이번 회사 생활이 두 에너지를 조화롭게 관리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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